분노에 대하여

살면서 그런 일을 대개는 겪는 모양이었다 진득하지 못한 분노는
괜한 바닥을 향해 모욕스러운 침을 뱉어버리고
우쭐거리듯 발길을 돌리고 마는 것이다

밤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햇볕을 받아내는가
일그러진 그림자를 끌면서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정밀한 관찰일지로 기록될
가득한 문자들의 세상
한 평의 무덤에서마저 끝내 썩히지 않을 비석으로 음각하여
침상에 남겨진 환자복처럼
거무튀튀한 핏빛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건드리는 건 모두 금이 될 수도 있었다
신화로 남았다면,
그러나 짭쪼름한 자동차 매연에 탐닉했고 오염됨의 아이러니를 동경했었다
접촉하는 순간마다 라이타 불꽃처럼 타오르게 됨은
숙명이되,
나의 선택이었다

한번쯤 기록은 돌이키는 줄 알았다
역사책에 남겨질 거대한 서사는 아니라도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다가 불현듯 발견되는 일기장의 풋풋한 글씨체를 더듬어 나가는
짧은 회상
모욕이 사라지면
분노는 원인을 잃을 테고
횅하니 돌아선 거리의 냄새라도 생각나리라 기대했건만

문자가 이야기를 잃은 것이 아니라
순간을 살다간 것에게 문자는 침묵하는 건지
비석이 세워진 무덤에 고개 숙이고 다시 제 무덤 자리를 구해야 하는 걸,
목구멍에서 피가 솟구쳤더라도
떠난 자리 침상에나 남아지는 걸,
차라리 눈감고 말 생생한 기억보다는 판에 박힌 신화가
성찰의 가르침이라는 걸,
분노가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전쟁기념비의 웅장함에 빗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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