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기형도(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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