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넌 너무 불행하게 태어났던 게지
너의 배와 나의 배가 엉겨붙기 시작할 때부터 핏줄은 묶였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몰골로 서로를 껴안아야 했었어
그런데 사랑이었지
거울을 들이대듯이 내 눈 앞에 다가선
너의 복잡한 표정들에서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서로에 대한 동정과 연민 등등
떨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걸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너의 피가 달아오르면
덩달아 발그레 따라 웃었고
귀가 간지러운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는 라디오를 켜느라고
살갗이라도 닿는 순간엔
우린 황홀한 나르시시즘으로
신경에서 신경으로
아,
넌 나의 쌍둥이
아마 바람이었던가
속삭였던 게
각자 가는 길이 달라야 했다던
너를 가로막은 나와 나를 가로막은 너를
이젠 결행하라고
네 개의 다리가 두 개가 되고 두 개의 머리가 한 개가 되라고
그리고 나머지 한 개의 심장을 가져버리라고
불행한 탄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너의 절박한 소망이 우리의 심장을 방망이질 하는 동안
얄궂게도 난,
너를 원망하고 말았던 거야
내 몸을 베어내던 칼끝으로, 비로소
해방된 너의 운명이여
행복한 인생을 마치고 다시 만날 날에는
너 부디 날 용서하여라
one of first works.. oct.~nov.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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