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끝에 너 좀 서 있으면 안 되나
지금 주저앉아 쉬고 싶은데
한편에 엎뎌져 긴 잠이라고 자고 싶은데
풀냄새 뭉뚱그린 내 머리 너머로 숨을 헐떡임에도
주저리주저리
긴 넋두리
사람을 부르는 연기처럼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되나
너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으면 안 되나
사방 바람에 흙먼지 날리던 때도 있었고
너구리, 까치 흥겹게 도란거리던 자연에 대하여
치렁치렁 녹이 차오르는 못과 망치
나 주워 올리리라 다짐하던 밤
골똘히 지새우고 말았거든, 그로 인해 실은
깊어진 건 내 졸음의 귀신일 뿐이야
가끔 한 눈 팔더라도
그 길의 끝에 선 너는,
샤워하듯 반복되는 나의 각성을
선잠에 몸서리치는 것처럼만 지켜볼 수 있으면서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로
우쭐거리는 허수아비 놀리듯
어떻게든 서 있으면 안 되나
latest work.. originally written in dec. 2008, revised in feb.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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