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너를 보면서 세상엔
도모하지 않아도 좋은 것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난 위로 받는다.
탄생과 함께 이미 네 손에 쥐어진 검은 검으로
또는 지혜의 책과 정의의 지팡이로
생활화돼 버린 우리의 기대를 한껏 자랑하는 너를 보면서
세상엔 고뇌하지 않기에 쉬워진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난 또 위로 받는다.

언뜻 보기엔
부담스러운 조명을 받고도 우뚝 솟아가는 밤거리의 소란들에 잊혀지는
시체와 같은 것이라고 너 자신 자조할지도 모르겠으나
반드시 울부짖으며 한 호흡마다를 살아가는
파리의 날개짓에게나 필요한
팽팽한 긴장감을
내 온몸으로 누리는 그 위태한 자유의 만끽을
나는 너를 보면서 달래곤 한다.

세상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시간이 되면
우리의 기대와 함께 너는 아마 산산이 분해될 운명이다.
흐느적거리는 쇳물이 되거나 가벼운 가루가 되어서
네게 주어진 것들과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찰나의 번뜩임으로 빚어진 너란 자세를
시간에 쫓기는 나는 기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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