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여, 기막힌 저주여!

1.
술독을 이기지 못해 버스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내는
생애를 채운 더운 기운에 취해
밤바람 어두운 자취로는 쉬이 사라지지 못했다
누가 그의 앞에 융숭한 아스팔트를 깔았을까
그 사내는 한 떨기 나뭇잎처럼 땅 아래로 썩어지고 싶더라도
번드르르한 우리의 격려, 우리의 위로는
제법 관대한 세상의 동정은
겨울바람 짓눈깨비처럼 차갑기만 하였을까

2.
낯을 들지 말자
골판지 박스 세워 집을 만들고
신문지 촘촘히 바닥을 깔고
안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형광등이 짜증나면
손에 쥐어준 오백 원 짜리 동정이라도 내동댕이쳐서
한 잠이라도 마음 편하게 포기해버리자

3.
생존은 무의미한 것
저주 받은 생애
욕망으로 포장한, 공포로 덫을 놓은, 쾌락과 고통의 승산 없는 동전 던지기
이로써 사내는 한강 다리에 한 가운데 고개를 걸치고는
목을 놓아 울음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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