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둘기들

자, 이제부터 너는 부디 망각되어라
세상의 비둘기들, 평화의 상징들
어제도 너는 대로를 가로지르며 버스와 대적하기도 하였겠지만
바퀴에 짓이겨지는, 눈살 찌푸려지는 너는 소멸하라
너의 유일한 상징성이란 것
초고속으로 솟아오른 초고층의 도시 하늘처럼
일자로 뻗은 가로수의 콧대 높은 숨소리처럼
뺀질거리는 일상의 껍데기라는 것
거리 곳곳에 배인 너의 냄새에서
도적과 같은 탐욕의 찬가는 퍼뜨려지고
한 알 쌀알에 대한 감사한 인사와 창공을 향한 겸손하도록 높은 도약은
방향제에 취하듯 종적을 감추었더라
그러니, 너의 뿌려진 깃털만큼 가벼워진 세상의 마음은
울적할 대로 울적해져서는
비가 내릴 때마다 죽어버린 사랑이 넘치고
광고판을 쉴 사이 없이 닦아내던 저 고고한 모험가의 위용도
사실 이상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는 깊은 후회와 함께
손때 묻은 걸레와 함께
시멘트 바닥으로 풀썩 안겼던 것이다
단지 그 날만, 불붙은 성화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던
한 마리 불사조의 전설과 함께 날아가 버린 너는
상징적인 것
재개발되는 최첨단 집터로 옮아간 것
매캐한 타이어의 불씨에 녹아서 검은 연기처럼만 피어오른 것
그리하여, 너는 기록에서 사라져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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